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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수 교수의 식품이야기 <98> 막걸리와 부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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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거칠지만 부드러워 언제 접해도 변치 않아
'생탁' '산성막걸리' 부산의 대표 주자
웰빙 트렌드에 딱 맞는 술로 떠올라
두부김치 홍어삼합 등과 궁합 맞아
온천장 '통나무하우스' 추억 명소 각광

부산사람은 의리가 있다고 한다. 만년 꼴찌였던 롯데에 보여준 열광적인 부산갈매기가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부산사람은 거칠다고 한다. 부산사람끼리 다른 지역에서 이야기를 하면 싸움을 하는 것 같다고 한다. 다소 거친 억양의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와 갯가 사람 특유의 큰 몸놀림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부산사람의 마음은 더없이 부드럽다. 다만 속마음을 세련되고 매너 있게 표현하지 못할 따름이다. 이런 부산사람의 기질과 제대로 맞는 술 중의 하나가 막걸리다. 막걸리는 다소 거칠기는 해도 부드럽고 언제 마셔도 변치 않는 의리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대표 막걸리로는 '생탁'과 '산성막걸리'가 있다. 생탁은 '부산양조'에서 제조하는데, 부산양조는 1970년 부산에 산재해 있던 43개 양조장을 합쳐 세운 회사로 부산의 대표적인 막걸리 제조장이다. 부산양조에서는 생탁 외 막걸리의 고형물을 가라앉혀 얻은 '맑은청주 생탁'이라는 청주도 생산한다. 부산양조의 신용섭 사장은 막걸리야말로 웰빙 트렌드에 딱 맞는 술이라고 한다. 특히 생탁이 브랜드 막걸리가 된 데는 경제적 여건과 웰빙 바람 탓도 있지만 유명인을 모델로 하여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광고하는 적극적인 마케팅전략도 큰 요인이라고 한다.

부산양조에서는 100% 밀누룩을 사용하며, 누룩을 만들 때는 현대화된 자동제국기를 사용한다. 철저하게 외부의 잡균 오염이 차단된 상태에서 누룩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누룩으로 쌀(70%), 밀(20%) 그리고 전분(10%)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 생탁이다. 그래서 생탁의 맛은 깔끔하고 시원하다.

부산의 막걸리를 이야기하면서 산성막걸리를 빼놓을 수 없다. 산성막걸리의 본산지는 금정산 해발 400m에 위치해 있는 산성마을이다. 산성마을에서 언제부터 막걸리를 만들었는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모른다. 대개 조선 초기부터 산성마을에 살던 화전민들이 생계를 위해 누룩을 빚으며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그러다 1706년(숙종 32년)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금정산성을 축조하면서 외지인에게 산성막걸리의 맛이 알려졌다. 거대한 성을 쌓는 데 동원된 근로자와 군졸에게 산성막걸리는 갈증과 허기, 피로를 덜어주는 좋은 새참거리였기 때문이다.

산성막걸리가 본격적으로 부산의 대표 술로 자리 잡게 된 것은 1980년 마을주민 288명이 '(주)금정산성 토산주'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이 시기 산성막걸리는 대한민국 민속주 제1호로도 지정됐다. 금정산성 토산주가 우리나라 최고의 막걸리로 지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선 산성마을은 지리적으로 막걸리를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금정산의 맑은 물과 금정산 봉우리에 둘러싸인 해발 400m 분지의 기온이 막걸리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산성막걸리가 유명세를 타는 것은 전통제조방법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성산성 토산주 유청길 사장은 산성막걸리의 맛의 비밀을 금정산의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그리고 동네할머니들이 빚는 전통적인 누룩에서 찾고 있다. 부경대학교 양지영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산성막걸리 누룩에는 시판되는 다른 누룩보다 곰팡이와 효모가 만 배 정도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산성막걸리의 맛이 짙은 것이다. 게다가 밀이나 전분을 전혀 섞지 않고 100% 쌀로만 발효시킨 것도 산성막걸리만의 자랑이라고 한다. 이런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산성막걸리의 맛에는 깊이가 있다.

막걸리는 막걸리 자체로도 맛이 있지만 마시는 분위기와 안주에 따라서도 그 맛이 바뀐다. 오래 전 필자의 대학시절 야외수업이라는 빌미로 소나무가 둘러싸인 산자락에서 교수님과 나누던 막걸리와 노가리 맛은 3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알싸한 땡초가 든 '정구지찌짐', '두부김치' '홍어삼합' 등의 안주는 막걸리 맛을 더하게 하는 좋은 안주다.

부산시내 이런 분위기와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제법 괜찮은 집이 있다. 온천장의 옛 온천극장에서 금강원 방향으로 가다 우측 골목 안에 있는 '통나무 하우스'가 그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선 널찍한 내부가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실내는 통나무테이블 외에는 특별한 장식이 없어 지난 1970~80년대 학사주점을 연상케 한다. 밝은 조명에 은은히 들리는 노래도 모두 그때 그 시절 것이다. 또한 편안하게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나이가 다 고만고만하다. 장소는 그대로 두고 세월만 30~40년 되돌리면 영락없는 7080주점이다. 자칭 섹시(?)한 여주인과 맛깔스러운 남해음식이 분위기에 기분을 더한다. 술집 같은 식당이고 식당 같은 술집이어서 가끔 가족단위로 식사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입춘이 지났지만 봄 같지 않은 날씨다. 날씨만 그런 게 아니다. 올해는 살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주저앉을 수는 없다. 거친 해풍에 잘 단련된 부산사람답게 막걸리 한 잔에 근심 다 털어 버리고 힘차게 새 하루를 열길 바란다.

동의과학대학 입학홍보처장·식품과학계열교수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9-10-22 10:17:09 관련기사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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