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년 묵은 누룩으로 빚은 프리미엄 막걸리로 승부수" 유청길 금정산성토산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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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민속주·식품명인 선정
15대째 이어온 생산 방식 고집
일본 유학 아들, 세대교체 준비
"전통 지키며 새로운 도전 계속"

부산 금정구 산성마을에 자리한 (유)금정산성토산주 양조장에서는 유청길 대표와 직원 20여 명이 ‘대한민국 1호 민속주’ 금정산성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1997년 대표로 취임한 유 대표는 15대에 걸쳐 전수된 생산 방식을 체계화했고 이전까지 들쭉날쭉했던 생산량과 맛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유 대표는 2013년 막걸리 분야에서 최초로 대한민국 ‘식품명인’에 선정됐다.
금정산성막걸리는 하루 평균 약 6000병이 생산된다. 최근에는 금정산성막걸리의 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부산은 물론이고 수도권의 주점 등에서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유 대표는 “중장년층에겐 어린 시절 심부름으로 주전자에 막걸리를 담아오던 기억이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세대들은 시중 막걸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맛에 끌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금정산성막걸리의 ‘트레이드 마크’는 특유의 시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다. 통밀 반죽을 발로 밟은 뒤 40일 넘게 발효와 건조 과정을 거친 전통 누룩에서 비롯된 맛이다. 지금도 양조장에서는 베테랑 할머니들이 누룩 500장을 만들고 건조하는 작업이 매일 이뤄진다. 유 대표는 “중노동에 가까운 일”이라며 “큰 비용이 들지만, 맛을 지키기 위해 전통 방식을 포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정산성막걸리는 이제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유 대표의 아들이자 사원 유혜수 씨가 있다. 혜수 씨는 일본에서 발효공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5년 전부터 양조장에서 일하고 있다. 가업을 잇기 위한 일종의 후계자 수업이지만 녹록지는 않다. 매일 오전 뜨거운 열기 속에서 백미 320kg으로 고두밥을 짓고, 누룩과 섞는 고된 일의 연속이다. 혜수 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 어깨너머로 본 기억보다 훨씬 힘들다”면서도 “요령 피우지 않고 책임감을 느끼고 일하게 된다”고 밝혔다.
2021년 출시된 ‘청탁’은 세대교체의 신호탄이자 혜수 씨가 1년 가까이 연구한 끝에 내놓은 야심작이었다. 청탁은 알코올 도수가 5도로, 기존 제품보다 낮고 신맛도 덜하다. 혜수 씨는 “기존 금정산성막걸리가 다소 텁텁하다고 느끼는 의견과 가벼운 목 넘김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향후 4~5년 뒤 현업에서 은퇴할 계획이다. 자신이 은퇴해도 아들이 500년 전통을 계승하고, 한국 막걸리 문화의 발전을 이끌어 주길 바라고 있다. 유 대표는 “지금처럼 성실하게 일해 산성마을 양조장의 유산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혜수 씨는 “지금보다 많은 이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막걸리를 만들고 싶다”며 “전통과 개성을 지키되 틀 안에 갇히지 않는 새로운 도전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금정산성막걸리는 올해 상반기 새로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1년 이상 묵은 누룩과 최고급 쌀을 원료로 술을 빚고 알코올 도수도 기존 제품보다 높였다. 유 대표는 “오래된 누룩일수록 막걸리의 풍미가 깊어진다”며 “최고의 재료로 만든 최고의 막걸리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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